自嘲(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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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06-08 20:31 조회1,050회 댓글0건본문
어느 시절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 났다는 자긍심을 가져보기도 했었다.
아마도 땅을 일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그 자존심을 내려놓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귀농해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몇 년간은 매사에 자신만만했었고 남들이 힘
들고 어렵다고 기피하는 일도 거침없이 척척 처리해나가면서 머리를 숙일
줄 몰랐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이먹고 힘에 벅차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
지는게 사실이다.
귀농 10년 세월을 보내면서 지금같이 힘들고 지칠때가 내 인생에 또 있었
던가 싶을 정도로 심신이 피폐해진것 같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소신엔 변함이 없지만 업무는 늘어
나는데 비해 체력에 한계를 느끼다 보니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지는 않은지
자조의 한숨을 쉬어본다.
한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간에도 나를 대신해줄 사람은 없으며, 한 이불을 덮
고 살아가는 사람조차도 나를 대신해줄 수 없다는 진리를 내 어찌 모르겠는가
마는 나이들고 힘 떨어지니 짚으라기라도 잡아보려는 기대심리가 서서히 싻
을 틔워가고는 있지는 않은지 고민에 잠겨본다.
오늘 면사무소에 인감증명발급받으러 갔는데 어느 노인이 사무소 출입구 앞
뜰에 앉아있는데 외양은 90대 같이 보여서 인사를 하고는 나이를 물었더니 나
보다 6살 더 자신 80세라는 것이다.
내 앞날을 보는듯 하여 유심히 살펴보며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나도 앞으로
6년 후면 저분같이 늙어있을까 하고...
그러나 마음만은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지만 앞날을 뉘라
서 짐작이나 하겠는가?
지금도 나이는 망각하고 일거리가 있으면 뒷 감당도 생각지 않고 자꾸만 저지
르는 성품이 되어 스스로 생각해봐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는 함께 하는 직원들을 믿고 그 들의 권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경제적으로 조
금은 힘들어도 정신력으로 극복하며 추진하곤 했지만 어느 누가 이런 나의 심
경을 손톱만치라도 이해하겠는가 싶다.
그저 자기들 편한대로 의지하고 싶을 때 잠시 머물렀다가 실증나면 휙 바람같
이 사라져 버리는 떠돌이 인생을 위해 무슨 공명을 세우겠다고 이러는가 하며
생각에 잠기다 보니 밤잠을 잃어버렸다.
며칠 전 젊은 청장년이 결성되어 영농에 희망의 불빛이 보이더니만 한달도 채
안 되어 끝내 꺼저버리고 말았으니 이 역시도 나의 실책이 아닌가 한다.
최소한 5~6명 정도만 합심단결하여 영농업무를 익히고 나면 전 재산을 먹고 살
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일을 만들어 놓으면 한계를 넘기지 못하고
떠나버리는 세태에 나 자신을 원망해본다.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 희생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 노력하지 않는데 부모형제라고 해서 풍요를 안겨줄 사람이 있겠
는가 말이다.
구중궁궐의 대들보가 되는 재목은 수백년을 한 곳에 뿌리내리고 온갖 풍상을
다 겪으며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훌륭한 재목이 될 수 있는 나무라 할지라도 몇 년에 한번씩 자리를 옮기다 보면
석가래감도 되지 못하고 검불과 같은 땔감이 된다는 자연의 진리를 어찌 모르는가?
세상사는 욕심만 앞선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위계질서가 있고 선후 순서가 정
해져 있는게 운명이라면 순리를 따르지 않고 역행을 해서는 절대로 인생불발에
그친다는 말을 모든이에게 전해주고 싶다.
나는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30대 10년 간을 어느 한가지에 목표를 세워 불철
주야 갈고 닦은 공덕이 있어 오늘날까지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살아오게 된 개
인의 역사가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할지라도 그 진리는 불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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