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눈이 피어오르려고  준비에 한창이다. 그러다 보니 일손이 바빠지고 할 일은 태산인데 자금난 인력난으로 편한 잠을 이룰 수 없다. 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모두 내가 해내야 하는 문제들이니 어쩌겠나?

이럴땐 장비기사라도  불러야 하는데 일당이 숙식제공 포함해서 20만원이나 되므로 한달이면 수백만원이 지불돼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부를 수도 없고 냉가슴만 앓고 있다.

박여사님이 인부들 점심식사 배달해주고는 이제 파릇파릇 돋아나는 산나물을 뜯어다 해주는 반찬때문에 식욕은 없어도 그런데로 한그릇 뚝딱 해치우며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한계에 봉착하는것 같다.

일찍 나가려고 새벽 3시반에 잠에서 깨어났지만 어두워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식초걸름작업은 며칠간 중단하고 우선 급한 장비작업부터 해야 하는데 오늘 씨앤비환을 만들기 위해 아침에 재료준비를 하고는 곧바로 입산해 보식작업할 곳에 구덩이파는 일은 내일 오전까지 완료해야 한다.

김반장님은 그저께 온종일 선곡단지에 멧돼지들이 파놓은 구덩이 메꾸는 작업을 했다. 해마다 땅속에 두더지나 들쥐 그리고 장수애벌레를 잡아먹느라 온 산판을 다 헤집고 다녀서 블루베리 나무뿌리가 들어날 정도로 큰 구덩이를 만들곤 한다.

대부분 들쥐나 두더지들이 블루베리 나무뿌리 밑에다 집을 짓기 때문에 멧돼지를 충동하고 있는 것이다. 뱀도 많지만 그놈들은 멧돼지의 공격을 두려워해서 바위틈에 집을 짓고 살므로 어떤 경우엔 멧돼지가 자동차 만한 바위밑을 깊이 파내서 바위가 굴러떨어지기도 한다. 원곡단지 물레방아 동산에는 큰 바위가 모노레일에 걸려있는데 사람의 힘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아 장비에 로프를 걸어서 끌어내려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커피한잔 타서 마시고는 라이트를 밝혀서라도 일을 시작해야 할것 같다. 조금만 시일이 지나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서둘러야 마음이라도 편하기 때문이다.

어제 했어야 할 일을 방문객들이 몰려와서 오후작업을 하지 못하므로 내 몫을 다하지 못하여 오늘은 어두운 새벽부터 설쳐야 한다. 이러다가 쓰러질까봐서 한편 걱정이 앞서지만 죽고사는게 문제가 아니다.

현재도 자재비며 인건비가 수천만원씩 지출되고 있는데 블루베리 몇박스 팔아봐야 감당이 어려우니 영농자금이 두려워 몸을 혹사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지만 실로 돈으로 건강을 살 수는 없다는 사실에 비해볼 때 무모한 짓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여유를 부릴 사안이 아니다. 이왕지사 농민이 되기를 자청했으니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