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영하의 날씨다. 오늘은 잠에서 깨어나자 야생단지 통행로보수땜에 저녁까지 고생했고, 발효실에는 인사도 못했다. 점심먹으러 내려오기가 번거로워 그냥 굶었더니 저녁무렵엔 힘이 쪽 빠져 맥이 풀렸다.

김반장님은 오늘도 토광출입문을 만들기 위해 대패질하고 나무 다듬기를 하였다.

내일은 대전에서 방문하기로 예약이 돼있어 오후 늦게나 입산할 예정이다. 도로보수는 하루이틀에 끝날일이 아니지만 틈 나는대로 올라가서 일을 하지 않으면 누가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

어느정도 땅이 풀리고 나면 묘목도 하산시켜야 하는데 이달동안에는 해동이 어려울 전망이어서 토광앞 광장에 자갈이나 실어다 깔아야 할 것이다.

내가 지금 몸져 눕는다면 대야농장은 즉시 폐업해야 할 입장이다. 발효실이든 입산작업이든 내가 없으면 어느것 할것 없이 올 스톱되고 만다. 물론 내가 부지런히 살피니까 무신경이겠지만 죽이되는지 밥이 되는지 누구한 사람 신경쓰는 일이 없으니 진정으로 답답할 뿐이다. 이래가지고 밥먹고 사는게 신기하다.

머리복잡할땐 영농삼매에 빠져들때가 가장 행복하다. 지난 8년세월을 이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일궈온 농장이다.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얼마나 더 버틸지는 의문이다.

그전엔 점심먹으러 내려오지 못하면 도시락이라도 싸다 주더니만 이제는 죽을때가 다 돼서 그런지 먹던 굶던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이래서 늙으면 소외된다는 말들을 하는 모양이다. 더러는 섭섭하지만 내가 저질러 놓은 일이니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