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수확은 매우 미흡했지만 한편으로는 만족스런 부분도 많았다고 평가된다.

극심한 가뭄으로 많은양이 감소된 원인도 있었지만 초기에 체험생에게 30%를 제공한 것이 적지않은 패착이었지 않았나 싶다. 평소보다 두배이상 많은 양을 따기 위해 낮은 곳에 열매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중간에서 자기 손이 잘 닿는 곳만 골라다니며 마구잡이로 훓고 지나다녔기 때문에 많은 낙과가 발생하게 됐고, 따지 않고 지나친 열매는 두번 손대기 싫어하여 그냥 방치하므로 자연낙과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약 절반가량의 수확량이 체험생에게 30%가 제공되었으며, 그 후에 20%로 제공량을 줄이자 약간의 반발심리로 인해 나오던 분들이 발길을 끊는 바람에 며칠간 익은 열매를 낙과시키는 오류도 발생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꾸준히 체험에 참여하는 분들은 30%제공할 때는 모르고 있다가 20%로 시작할때 오던 분들인지라 아무런 불만없이 오늘도 땀흘리며 수고를 하고 있다.

선곡단지를 제외하고는 전단지 익은 열매는 오늘부로 종료되고, 내일부터는 설익은 열매이삭을 모두 따내어 식초발효를 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까 내일부터는 일용직은 참여하지 않게 되고 체험생들이 오는데로 열매를 따게 되며 배당은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설익은 열매도 몽땅 따내면 약 3톤에서 5톤가량은 될 것으로 짐작되는데 열매란 따봐야 정확한 계산이 나오게 된다. 더러는 그냥 지나쳐버리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오늘 식초발효에 관한 공부를 했는데 식품공장규모가 아닌지라 전통재래식으로 항아리에 자연발효를 시켜서 숙성시키는 방식이므로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가공공장에서는 대형 발효조(탱크)가 있어야 맛이 일정하다고 하는데 그런 시설을 하자면 많은 자금이 투자되어야 하므로 200리틀씩 발효시키기로 한 것이다.

내일부터 따는 열매는 체험생이 50%를 가져가게 되므로 절반정도만 식초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약 1톤~1.5톤정도가 될 것이므로 항아리 대여섯개만 담그면 된다.

효소숙성실은 여름내내 섭씨 15도~17도 사이를 유지시켰더니 그 맛과 향이 그윽하고 색깔도 아름답기 그지없을 정도로 잘 숙성이 된것 같다. 식초역시 똑 같은 방법으로 숙성을 시키면 된다고 한다.

농사도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웠는데 식품가공도 배워가면서 응분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므로 몇번의 시행착오는 각오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정도 느낌으로 해도 손맛이 나는걸로 봐서는 제법 기술이 늘어난것 같다.

내일은 서울에서 40대 초반의 여성귀농희망자가 방문하기로 했는데 자연친화영농은 물론 친환경먹거리에도 관심이 많고, 농업분야에 관해서 자격증도 상당수 획득한 사람이어서 본인이 원한다면 친딸같이 그 인생을 보장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이란 오랜세월 겪어봐야 속을 알 수 있기에 속단은 어렵지만 그래도 감은 있는 법이니 기대해볼 일이다.